개정 저작권법이 만들어낼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제 나름대로 한 번 예측해봤습니다.
처벌조항이 강화됐기 때문에 법무법인과 위반자간의 합의금 액수도 올라갈 것입니다. 그만큼 '돈되는 장사'가 된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법무법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일에 올인하는 변호사들도 속출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몇년사이 변호사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사실이니까요. 벌써부터 이 바닥에서는 다수의 법무법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2. 일자리 창출효과(?)
덕분에 일자리 창출효과는 좀 있을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들이 자기 직원들만 가지고는 무한한 인터넷 바다를 다 뒤질 수는 없거든요. 해서 수많은 알바를 고용할 수밖에 없을 테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법무법인과 인연을 맺고 저작권 사냥에 나설 것 같습니다. 물론 이분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푼돈'이겠지만요(그런데 이때 고용된 알바들도 정부가 통계를 내는 일자리에 잡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블로그 및 게시판 폐쇄 속출
고소 고발이 이어지면 자진 폐쇄하든지, 아니면 강제 폐쇄 당하는 사이트들이 속출하겠죠? 그리고 온갖 희한한 사연이 등장할 것입니다. 과거 외국에서는 메이저음반사들이 P2P유저 사냥에 나섰는데, 북유럽 한 시골마을에 사는 할머니를 고소해 수천만 달러를 받아내려 했다가 두구두고 조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의 손주가 음악파일을 공유했는데, 그 컴퓨터의 주인이 바로 할머니였기 때문이었죠.
4. 인터넷 망명 가속화
최근에 진중권씨가 구글로 망명했고, 제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도 망명했거나 망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악화되면 더 많은 분들이 해외서비스로 이적하시겠지요? 그래서 국내 포털에는 착하고, 예쁘고, 바람직한 콘텐츠들만이 생명력을 잃은 채 화석처럼 굳어가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이런 상황들을 보며 저는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법 제1조(목적)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에 나타난 대로 저작권법의 목적은 '권리의 보호'와 '이용의 도모'를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 저작권법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무척 우려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의 보호'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잡히면 죽는다"는 식의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측에서도 이 부분이 신경이 쓰였는지, 관련 내용에 대해 열심히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복잡하고 난해할 뿐이고, "그럴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듯합니다.
이렇게 되면 저작권법의 본질적인 목적인 '문화산업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이용이 활성화'되는 수밖에 없는데, 과도한 규제로 이용이 위축된다면 산업화로 이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정책당국의 여러분들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많은 영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앱스토어는 아이튠즈 이후 애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소프트웨어개발자들과 이용자들이 바로 여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떤 점이 우리나라 저작권 정책에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앱스토어에 열광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바로 '오픈마켓'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관련 소스를 개방했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누구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 어플리케이션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바로 이용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중간에 MCP가 있어서, 그 사람들 만나 밥도 사고 술도 사줘야 하는 게 아니라, 내 어플리케이션이 이용자의 선택만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이렇게 반론을 하기도 합니다. 앱스토어도 결국은 아이폰이나 아이포드라는 한정된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통제된 환경이란 점은 마찬가지라고... 그러나 이용자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국내 이동통신환경의 경우 이통사별로 강력하게 진입장벽이 쳐져 있기 때문에 갇힌 느낌이 들지만, 애플이 구축해놓은 플랫폼에서는 해방감을 느낀다는 거죠. 이 느낌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비유컨대 '감옥'이 주는 폐쇄성이냐,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이냐... 이런 차이겠지요.
2. 창작자와 이용자와의 직접 소통
앱스토어의 또다른 장점은 창작자, 즉 개발자가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중간에 CP나 MCP를 거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용자와 직접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을 통해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콘텐츠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접소통은 인터넷환경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누군가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서, 그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그 사람 때문에 시장이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큰손', '대통령'이란 소문도 나고, 그를 향한 과도한 로비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애플이 구현한 오픈마켓에 개발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용자들 또한 빅브라더가 선별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콘텐츠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흥분이 있구요.
3. 불법이 아니어도 편리한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 열광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편리함'입니다. 이용자들이 소위 말하는 불법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혹자는 '공짜'이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만, 그건 소비자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구요, 진짜 이유는 '편리해서'입니다. 그래서 P2P에 열광했고, 또 포털사이트에 열광한 것입니다. 앱스토어는 콘텐츠의 다양성부터 기기의 호환성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의 불법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법서비스보다 편리하고도 안전한 합법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게 만약 불가능하다면, 불법서비스에 비교해봐도 최소한 뒤지지 않는 그런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책 담당자의 책무가 아닐까요? 하지만 최근까지 보여준 저작권 정책기조는 서비스사업자들을 독려해 합법적이면서도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나, 지나치게 사업자들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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